현장간호사들 ‘간호법 제정’ 국회에 거듭 촉구
“간호법 제정 통해 지역사회 돌봄 문제 시급히 해결해야”
이수진 의원 “간호법은 여야가 함께 만든 법” 간호법 응원
“간호법은 환자를 안전하게 간호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법이다. 환자안전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 안전의 일부이다. 환자와 간호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간호법 제정에 마지막 큰 힘을 실어달라.”(상급종합병원 근무 간호사)
“간호사의 업무영역은 단순히 병원에서의 간호뿐 아니라 취약계층 건강관리와 만성질환 관리로 변화해 가기 때문에 이런 간호업무를 현재 의료법으로 다루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간호법의 목적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제공하는 데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보건소 근무 간호사)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13일 이날도 어김없이‘간호법 국회 통과’를 염원하는 간호사 500여 명의 절박한 외침이 국회를 향해 울려 퍼졌다.
지난 2021년 3월 발의된 간호법은 2년간 긴 논의 끝에 오늘(13일) 본회의 상정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법범국본)이 간호법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개최하기 위해 지난주 월요일부터 개최해 오고 있는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통과하는 날까지 매일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을 열고 간호법범국본에 참여한 단체의 지지와 간호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날 문화마당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비례대표)은 “간호법은 오랫동안 국회에서 논의됐다. 간호법은 여야가 함께 만든 법”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인 간호법 제정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직접 문화마당에 참석해 간호법 국회 통과를 응원했다.
이날 국회 정문 1문과 2문 사이 그리고 현대캐피탈빌딩과 금산빌딩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법 즉각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문화마당을 찾은 종합병원 근무 중인 이영미 간호사는“4차 산업혁명에서 미래 의료를 고민하는 이 의료환경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간호현장에 좌절감이 들 때가 더 많았다. 대한민국의 간호현장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체계적인 인력체계와 합리적인 근무환경을 통해 국민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간호법은 여야 대선후보의 공통공약이었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 통과된 법안이다. 간호의 영역이 활성화 되면서 간호에서 돌봄으로의 변화를 담아낼 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마시길 바란다. 미래 국민건강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해 달라”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이상숙 간호사는“2000년 의약분업 시 의사들의 파업으로 환자 곁을 떠날 때도 간호사는 묵묵히 환자 곁을 지켰고,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파업할 때도 간호사는 환자 안전을 위해 진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꿨다. 코로나 상황을 지나오며 간호사는 국민에게 코로나 영웅으로 불렸다. ‘내 앞의 환자를 살리고 싶다. 살려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면서 “하지만 간호사의 현실에 좌절감이 들 때가 더 많았다. 2021년 간호사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74.7%는 근무 중 식사 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이 15~30분 미만이다. 법정 휴식시간 조차 보장받지 못한 현실이다. 전공의 업무가 간호사에게 불법적으로 이관돼 있음에도 현재 의료법 내에서 간호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현장의 상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간호를 받을 국민에게 보다 안전하고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법이라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법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의 영역과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하고 그 범위 안에서 권리와 책임을 함께 지고자 하는 것”이라며 “간호법은 환자를 안전하게 간호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법이다. 환자안전은 정치가 아니다. 국민 안전의 일부이다. 환자와 간호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간호법 제정에 마지막 큰 힘을 실어달라”고 국회를 향해 간곡히 부탁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윤미정 간호사는 “간호사는 간호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신규간호사가 채우고, 그래도 간호현장은 늘 간호사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의사를 위해 또다시 경력간호사를 PA로 보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해야 하냐”며 “의협의 억지 주장과 달리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간호업무를 독자적 법률에 담아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간호인력을 양성하고,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자는 취지이다. 숙련된 간호사가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간호법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박은정 간호사는 “한 사람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일은 너무 의미 있고 보람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개선되지 않는 간호환경의 만성적인 문제들과 한정된 업무시간에 여러 일을 동시 진행하며 해결하길 원하는 병원의 현실에 너무 지쳐 이곳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제 아이들이 지금 의료현실에서 간호사가 된다고 하면 만류하고 싶다. 바로 개선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라며 “간호법 제정은 간호환경 개선을 위한 법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유능한 간호사가 많아져 국민과 환자가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간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국회 앞에 이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진행됐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박혜란 간호사는“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초과 근무로 간호사가 쇠약해지고 지쳐가고 있다. 신규간호사가 들어오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기보다 언제까지 다닐지, 내일 그만두겠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 현재 쉬고 있는 경력간호사도 변치 않는 환경에 쉽게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간호법은 지금까지 그랬듯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볼 테니 간호사가 건강히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간호현장이 개선되지 않고는 간호사는 계속 떠나게 될 것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환경이 개선돼 국민에게 더 나은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민의힘 간호법 국회 통과에 나서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윤서연 간호사는 “언제까지 간호사가 밥도 못 먹고, 화장실 갈 여유도 없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환경이 계속돼야 하는가. 국민과 환자를 제대로 간호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가 24시간 환자 곁을 지킬 수가 있다”며 “간호사 면허증을 평생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7년6개월 만에 떠나는 대한민국 간호의 현실을 생각해 달라. 간호법 제정은 대한민국 의료의 질적 개선과 도약을 위한 것이다. 부디 간호법 제정에 찬성해 달라”고 국민의힘을 향해 호소했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황석영 간호사는“현재 소속 지역 내에서 만 65세 이상 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다양한 가정을 방문하며 방문간호를 진행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어 가슴이 답답하다. 가족도 돌봐줄 사람도 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진정한 돌봄이다. 간호사의 업무영역은 단순히 병원에서의 간호뿐 아니라 취약계층 건강관리와 만성질환 관리로 변화해 가기 때문에 이런 간호업무를 현재 의료법으로 다루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며“고령화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돌봄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간호법의 목적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제공하는데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향해 간호법 국회 통과를 위해 나서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리는 민트 프로젝트의 대표색인 민트색 물품이 활용됐다. 또 참가자 모두 민트색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민트 프로젝트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려 국민의 마음인 ‘민심을 튼다’는 의미를 담아 민트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또 이날 참가자들은 시민들과 ‘밤이 무서워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이제 나만 믿어요’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으로 떼창(다함께 부르는 노래)을 함께 하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어울림의 문화마당을 연출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