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목소리 일주일째 이어져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서 매일 현장 목소리로 간호법 필요성 강조
간호법 통과하는 날까지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진행
간호계와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이하 간호법범국본)는 부모돌봄법인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문화마당을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일주일째 이어갔다. 특히 이날 발언자로 나선 10명의 현장 간호사들의 간호법 제정을 향한 간절한 목소리가 여의도 전역에 울려 퍼졌다.
전국 62만 간호인과 간호법범국본이 간호법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개최하는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통과하는 날까지 매일 국회 앞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된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한마당’을 열고 간호법범국본에 참여한 단체의 지지와 간호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된다.
먼저 국회 정문 1문과 2문 사이 그리고 현대캐피탈빌딩과 금산빌딩 앞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간호법 즉각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포항에서 온 손경옥 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기에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하게 됐을 때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3교대도 고됐지만, 기본 근무시간 전후로 몇 시간씩 초과근무하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었다. 이런 현장에서 좌절감이 들 때가 더 많았다“면서 ”이러한 현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간호사는 계속 떠나게 될 것이다. 간호사가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국민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간호법 통과를 찬성해달라”고 말했다.
경북에서 문화마당을 찾은 장은미 간호사는 “OECD 국가 중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간호법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미국 간호사는 1명당 환자 약 5명, 일본은 간호사 1명당 7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담당해야 할 환자 수가 이미 OECD 평균을 훨씬 넘는다”고 지적하며 “환자는 많지만 간호현장의 과도한 업무로 인해 경력직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면서 저연차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도 함께 지키고 돌볼 수 있는 법이기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20년차 이태경 간호사는 “중환자실은 환자 생사뿐 아니라 간호사의 생사도 위험한 공간이다. 근무 중에 저혈당으로 쓰러지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건 예삿일에 불규칙한 생활에 장염과 심장질환도 드물지 않다. 간호인력은 지출비용이라며, 돈도 되지 않는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을 늘리는 건 병원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면서 “교대근무가 너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간호법 제정으로 제대로 된 인력산정에 제대로 된 간호를 할 수 있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내 부모, 내 자식이 안전한 의료현장에서 능숙한 간호사의 제대로 된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국회에 간호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창희 간호사(19년차) 역시 “19년 전 65명의 졸업 동기가 임상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나, 현재 15명의 동기만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어렵게 국가고시를 통과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비임상으로 이직하고 경력이 단절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을까”라고 되물으며 “숙련된 간호사가 떠나는 임상현장은 질 높은 간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과 환자를 제대로 간호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간호법 제정은 대한민국의 질적 개선과 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근무 중인 장현준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해 한 명이 아프게 되어 갑자기 쉬게 될 경우 남은 간호사의 노동강도는 2배 이상이 된다. 아파서 입원한 사람이 본인 몸 추스르기도 바쁜 와중에 미안한 감정부터 먼저 드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기에 아플 수도 있지만 아픈 거 자체가 폐를 끼치는 상황”이라면서 “업무 강도가 높고 간호환경은 바뀌지 않으니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내 퇴사하는 것이 대한민국 간호의 현실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환경을 개선해 숙련된 간호사가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된다. 간호법은 이제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허희정 간호사는 “지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 비상사태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환자를 간호했다. 그걸 국가가 그리고 국민이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도 느꼈지만, 지금은 그 보람도 감사함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 간호사로서 직업에 대한 회의가 느껴진다”며 “여기 계신 간호사들의 근무처는 다르지만 일하고 있는 현장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킬 수 없다. 간호사가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고 간호사로서 근무하며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에서 숙련된 간호사가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하여 환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간호법 제정이 필수적이다”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국회 앞에 이어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진행됐다.
이날 부산에서 왔다는 채정혜 간호사는 “간호사는 아파도 쉴 수 없다. 간호사는 아파도 약을 먹고 참아가며 일하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아이가 아파도 대신 근무할 간호사가 부족하기에 열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여 유치원을 보낼 때 정말 비참하다. 5년 미만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70.5%, 15년 이상 경력간호사는 18.4% 밖에 안 되는 현실이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 때도 결국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순간에 마지막으로 남는 건 간호사였다. 우리도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 건강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사람들은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좋게 표현하지만, 남들에게 백의의 천사이기 위해 간호사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게 일하고 있다. 좀 더 사람답게, 건강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려면 간호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면서“간호사가 건강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게 되면 경력간호사는 절대 사직하지 않는다. 만약 본인이, 부모가, 자식이 돌봄을 받는다면 누구에게 돌봄을 받고 싶을까. 숙련도가 높은 간호사에게 간호 받기를 원할 것이다. 결국 우리국민들이 건강한 돌봄을 받을 수 있냐 없냐는 간호법 통과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국민을 위한 간호법 통과를 찬성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김건우 간호대학생은 “작년까지만 해도 선배 간호사의 경험담을 들으며 ‘힘들기야 하겠지만 너무 과장해서 말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 병원 실습을 나가 직접 목격한 임상 현장은 상상 초월이었다. 과도한 업무로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병동을 떠나지 못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몇 시간이 넘도록 초과근무하며 투약과 환자 간호에 힘쓰던 선배 간호사들의 모습. 간호환경의 암울한 현실이었다”며 “현재 의료법에서는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12명으로 권고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해도 처벌하거나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제화하고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간호법은 국민에게 양질의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제정돼야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올라온 박인애 간호사는 “전국의 모든 간호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언니, 누나이다. 간호사는 간호현장에서 아픈 환자들과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고 동고동락해도 시간이 모자란 사람들”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간호법 제정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면 도대체 우리 간호사는 언제까지 간호현장을 지키지 못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조속히 간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간호사는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돌봄을 받아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누구나 부모가 되고 노인이 되어 가는데 더 이상 돌봄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간호법을 다른 말로 부모돌봄법이라고 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숙련된 간호사가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대한민국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은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리는 민트 프로젝트의 대표색인 민트색 물품이 활용됐다. 또 참가자 모두 민트색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민트 프로젝트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임을 알려 국민의 마음인 ‘민심을 튼다’는 의미를 담아 민트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하고 전국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또 이날 참가자들은 시민들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보여줄게’, ‘8282’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으로 떼창(다함께 부르는 노래)을 함께 하며 간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어울림의 문화마당을 연출해 냈다.